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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악구, 나홀로 중장년층 ‘은둔→고독사’ 위기의 고리 끊는다
    • 작성일2024/10/17 12:43
    • 조회 76

    관악구, 나홀로 중장년층 ‘은둔→고독사’ 위기의 고리 끊는다

    신림사회복지관 1층에 자리한 씽글벙글 사랑방 3호점 ‘신림낙낙’은 매월 넷째주 목요일 1시, ‘낙낙한 날’ 행사를 열어 관내 1인 가구원과 ‘반려 식물심기’를 진행하고 있다.
    신림종합사회복지관 1층에 자리한 씽글벙글 사랑방 3호점 ‘신림낙낙’은
    매월 넷째주 목요일 1시, ‘낙낙한 날’ 행사를 열어 관내 1인 가구원과 ‘반려 식물심기’를 진행하고 있다.

    [시정일보 김혜란 기자] 올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고독사 위기대응시스템에 대해 질의했다. 그가 제출한 성별·연령대별 고독사 현황 자료(2021,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총 1만5066명의 고독사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50대와 60대 중장년층 남성이 각각 4050명과 3287명으로 전체 고독사의 48.7%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고독사 사망자 중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3349명으로 연도별 비율이 각각 30.6%, 35.0%, 38.5%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현재 만 40살이 된 남자 1983년생 10명 중 3명이 ‘결혼 못하는 남자’로 조사된 지난해 통계청 결과와 맞물려 앞으로 40대 이상의 남성 중·장년층 1인 가구는 앞으로 증가하면 증가했지,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에 시정신문에서는 경기 수원시에 이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1인 가구’를 보유한 관악구의 1인 가구 중·장년층, 이 중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1인 가구수 ‘서울시 최다’…남성이 여성의 2배
    이혼, 사업 실패 중장년층 ‘은둔형 고립’ 많아

     
    다시 세상과 연결 ‘씽글벙글 사랑방’ 사업 주목
    동아리 활동, 자조모임, 반찬나눔 등 다각도 지원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1인 가구’를 보유한 관악구의 현재는 어떨까. 2024년 9월 말 현재, 관악구의 인구는 47만9774명을 기록 중이다. 전체 가구 수는 28만6376가구, 1인 가구 수는 17만8332가구로 비율로만 따진다면 전체의 62.3%에 달한다. 1인 가구 구성비로 살펴보면 ‘청년 수도’ 관악답게 전체의 63.6%가 청년층이지만 만 40세~64세까지의 중·장년층 비율도 23%나 된다. 남성의 비율은 62.1%로 여성이 차지하는 37.9%의 약 두 배에 달한다.

    구 관계자에 따르면 관악구청을 중심으로 청룡동, 신림동에는 관악구의 청년 1인 가구가, 난향동, 난곡·미성동을 중심으로 중·장년층 1인 가구가 거주 중이다. 난향동, 난곡·미성동은 전통적인 관악구의 주거 취약 지역으로 저층 주거지가 많고 특히 난향, 난곡동은 4~50대 중·장년층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

    지난 7월, 관악구는 신림종합사회복지관 1층에 씽글벙글 사랑방 3호점, ‘신림낙낙’을 개장했다. 씽글벙글 사랑방 사업은 관악구가 지난 2022년부터 1인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했다.

    2022년 7월에 성민종합사회복지관 2층에 1호점 ‘들락’이, 작년 8월에는 서울YWCA봉천종합사회복지관 1층에 2호점인 ‘봉다방’이 생겨났고 1,2,3호점 전부 시비 100%가 들어간 서울시 공모 사업으로 기존 공간을 일부 리모델링해 만들어졌다. 중·장년층 비율이 높은 난향동 소재의 씽글벙글 사랑방 3호점에는 타 지점에 비해 중·장년층 대상 프로그램이 많다.


     

    난향동 1인 가구 주민들 위주로 구성된 ‘텃밭 모임’ 회원들이 신림사회복지관에서 직접 재배한 파를 수확해 파전을 부치고 있다.
    난향동 1인 가구 주민들 위주로 구성된 ‘텃밭 모임’ 회원들이
    신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직접 재배한 파를 수확해 파전을 부치고 있다.

    씽글벙글 사랑방 3호점이 입점한 신림사회복지관은 중·장년층을 위한 ‘남성 운동 동아리’와 ‘남성 요리 동아리’를 현재도 운영 중이다. 가입 요건은 △난향·난곡·미성·신사·조원동에 거주 중인 △모임&이웃관계에 관심있는 중·장년 1인 가구 남성이다. 모임비나 재료비를 제외하고 특별한 지원이 없어 비용이 들지 않는 가벼운 운동 모임, 혹은 유튜브 요리교실로 운영된다.

    신림사회복지관은 지난 2019년 현재 관악구가 추진하는 1인 가구 취약계층 정책의 모태가 된 서울시의 ‘사회적 고립 가구 예방 사업’부터 함께 해왔기에 고독사나 중·장년층 1인 가구와 관련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이들에 따르면 고독사는 하루 아침에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고독사는 은둔형 외톨이와도 높은 관련성을 가진다. 은둔형 외톨이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대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지 6개월 이상이면 고립, 그 가운데 물리적으로 외출을 하지 않은지 6개월 이상이면 은둔으로 분류한다. 은둔형 청년들이 그동안 주목받은 데 비해 은둔형 중장년은 상대적으로 외면 당해왔다.

    신림사회복지관 마을이음2팀 손유미 주임은 1인 가구 취약계층 중·장년층에 대해 “‘은둔형 중장년’이 주축”이라며 경제적 고립, 혹은 건강 악화로 가정이 붕괴된 경우가 많아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청년시절의 은둔이 계속되거나 사회생활 중 겪게 된 실직, 이혼, 사업실패 등으로 인한 좌절감으로 알콜 중독, 우울 등으로 외부 활동을 꺼리는 이들로 인해 신림사회복지관은 동주민센터에서의 전기세 체납 등이나 복지플래너 등을 통해 ‘은둔형 중장년’의 존재를 최초로 인식한다. 이후 현관에 ‘똑똑! 안녕하신가요?’라는 문고리 홍보지를 전달하며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용기를 불어넣고 1대1 만남을 통해 신뢰를 쌓아 앞서 소개한 두 개의 동아리 같은 ‘오픈형 자조모임’에 출석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개소한 지 3개월이 막 지난 ‘신림낙낙’은 홍보를 위해 매월 넷째주 목요일 1시에 진행되는 ‘낙낙한 날’ 행사에서 반려 식물심기를 한다. 난향동에서는 ‘텃밭 모임’이, 신사·조원동에는 ‘플로깅 모임(줍깅, 조깅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주워 환경을 미화하는 것)’이, 난곡·미성동에는 어느 정도 사회화가 진행된 ‘은둔형 중장년’이 정리수납 2급 자격증을 취득해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모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난곡동주민센터는 자체적으로 오는 11월까지 중·장년 1인 가구 취약계층의 건강한 식생활을 지원하고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기 위해 ‘반찬 나눔’ 사업을 운영한다. 지난 5월경 시작된 이 사업은 현재 스무 명의 난곡동 소재 중·장년 취약계층 1인 가구의 호평 속에서 순항 중이다. 이 사업의 성비는 9:1로 여성에 비해 남성이 압도적이다. 반찬 나눔 사업 시작에 앞서 구는 수요조사를 통해 중·장년층 1인 가구 비율이 38%로 높은 난곡동을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난곡동주민센터는 이용자의 접근성을 고려해 <태양이네 반찬가게(난곡로24길 9)> <마마반찬(난우길 8)> 2곳을 거리를 두고 각각 선정했다.

    난곡동주민센터 허은지 주무관은 “△기호성에 맞춰 자신이 원하는 반찬을 살 수 있고 △매주 복지플래너에게 쿠폰을 받기 위해 외출 겸 생존 신고를 한다는 점에서 반찬 나눔 사업은 결점이 없는 사업”이라고 앞으로도 영속성을 가지고 진행되길 바란다는 작은 바람을 전했다. 김혜란 기자 /lou8652@naver.com

    신림사회복지관이 9·10월 두 달간 운영 중인 1인 가구 ‘남성 운동 동아리’ 회원들. 배드민턴, 축구, 둘레길 걷기 등의 단체 활동 후 모임원들끼리 차를 마시며 친목을 도모한다고 한다.
    신림사회복지관이 9·10월 두 달간 운영 중인 1인 가구 ‘남성 운동 동아리’ 회원들.
    배드민턴, 축구, 둘레길 걷기 등의 단체 활동 후 모임원들끼리 차를 마시며 친목을 도모한다고 한다.

    “어르신, 청년 정책은 쏟아지는데
    중·장년 취약계층 위한 정책 없어”


    올 여름은 정말 어지간히도 더웠다. 그 엄청났던 더위가 한풀 꺾인 10월 초 어느 날, 관악산 난향공원에 1인 가구 중·장년층 취약계층 오픈형 자조모임 ‘중장년 남성 운동 동아리’ 정기 모임이 열려 이곳을 찾았다. 느지막이 도착하니 다섯 명의 5~60대 중·장년 남성들이 배드민턴을 즐기고 있다. 꽤나 우울한 풍경을 생각하고 난향공원에 도착했지만 모임 참석자들이 생각보다 밝은 얼굴을 하고 있어 안도가 됐다.

    이 모임에서 회원들의 추대로 동아리장을 맡은 김계영(난향동 거주, 사진 왼쪽 두 번째) 씨는 “무조건 감사하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김계영 씨는 관악구의 1인 가구 취약계층 중·장년층을 위한 우산수리 자활 1기, 칼갈이, 인형 만들기, 요리를 통한 나눔 등의 행사에 그동안 적극 참여해 왔다. 현재도 난곡·미성동 오픈형 자조모임인 정리정돈 봉사 모임에도 정리수납 2급 자격증을 취득해 참여 중인 그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 ‘모두가 인정하는’ 손재주를 뽐내며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다시 사회에 나와 오픈형 모임에 참여하기 전까지 우울증이 심했다던 김 씨는 “우리끼리 만나는 거에 의미가 있다”며 이제는 약은 먹지 않는다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동생들을 챙겼다.

    신림사회복지관 원윤아 팀장은 “저마다의 사정이나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오픈형 자조모임에 참석할 정도면 정말 많이 좋아진 상태”라며 “미성년자나 어르신들, 청년들을 위한 복지정책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정작 40세에서 64세까지의 중장년층은 도움이 필요할 때 손 내밀 곳 없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처해있다”고 위기의 중·장년층 취약계층을 위해 따뜻한 관심을 부탁했다.


    출처 : 시정일보(https://www.sijung.co.kr)

    https://www.siju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2265